☝️김민영씨와 임숙희 돌봄 활동가가 서립장에서 꺼낸 잡동사니들을 정리하고 있다. 허윤희 기자
“집처럼 문패를 다는 거예요. 이걸 보고 필요한 물건 찾으면 돼요.”
지난 20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의 한 다가구주택에서 만난 돌봄 활동가 임숙희(52)씨는 집주인 김민영(가명·39)씨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임씨는 수납바구니에 이름표를 붙이던 중이었다. 임씨와 김씨는 함께 서랍장을 비우고 바닥에 흐트러진 물건은 종류별로 수납바구니에 옮겨 담았다. 김씨는 “작년부터 몸도 마음도 아팠다. 교통사고와 직장 스트레스가 심했기 때문”이라며 “어느 날 눈 떠보니 집 안에 옷가지와 잡동사니가 한가득이었다”고 말했다.
김씨가 돌봄 활동가 임씨와 함께 청소를 한 건 울림두레돌봄사회적협동조합(울림두레돌봄)의 ‘1인 가구 청년 살림력 키우기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지난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공모 사업 ‘새로운 사회문제와 복지 사각지대 해결 방안’ 부문에 선정된 프로젝트다. 1인 가구 청년을 대상으로 청소·수납정리 요령을 교육하거나 돌봄 활동가가 청년 집을 찾아 함께 청소를 한다. 지금껏 두차례 모집에 모두 청년 34명이 프로젝트를 이용했다.
이 프로젝트는 청소를 매개로 한 청년의 사회적 고립 예방 활동에 가깝다. 40∼50대 돌봄 활동가가 여러 이유로 고립된 생활을 하거나 고립될 위기에 있는 청년과 청소를 하며 삶의 불안을 덜어준다는 것이다. 임 활동가는 청년들의 정돈되지 않은 집은 그들의 아픈 마음을 보여주는 거울 같다고 말한다.
“청년들이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쌓아두는 건 정리정돈이나 청소 방법을 몰라서가 아니죠. 사회적 단절, 심리적 불안, 유년기 트라우마, 번아웃 등 여러 요인 때문입니다.” 김씨도 그동안 돌봄 활동가와의 청소 과정에서 무기력하고 불안한 마음이 점차 진정됐다고 말한다.
이 프로젝트는 고립 청년의 사회적 연결망을 새로 만들기도 한다. 이들은 이를 ‘살림 공동체’라고 부른다. “프로젝트 참가자(이용자)와 활동가분들이 함께하는 카카오톡방이 있어요. 거기에 청소 사진과 영상을 올리며 청소 챌린지를 하죠. 서로에게 응원을 하면서 삶의 활기를 얻어요.”
☝️김민영씨 주방을 정리하기 전(왼쪽)과 후의 모습. 울림두레돌봄사회적협동조합 제공
그렇다고 이 프로젝트가 사회적 고립 위기에 놓인 청년만 겨냥하는 건 아니다. 말 그대로 ‘살림력’이 약한 청년도 이 프로젝트를 이용한다. 30대 청년 박지윤(36)씨가 그런 경우에 속한다. 박씨는 “20대 초반에 엄마가 돌아가셔서 살림을 물어볼 사람이 없었는데 돌봄 활동가한테 양말 개는 법부터 옷 수납하는 방법까지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주엔 제육볶음이랑 된장찌개를 만들었는데 나를 위해 차린 밥상을 보니 기쁘고 뿌듯했어요. 그 순간 만약 갑자기 힘든 상황이 닥치더라도 스스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얻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고은주 울림두레돌봄 팀장은 “지역에서 몸이 아픈 노인들의 일상생활 돌봄서비스를 해왔는데 최근에는 우울과 무기력증이 심해 자신을 돌보지 못하는 1인 가구 청년들을 많이 보게 됐다”며 “혼자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하는 1인 가구 청년들에게 ‘쉬는 공간’, ‘재충전하는 공간’인 집을 청소하고 정리정돈하며 살림을 배울 기회가 필요하다. 이런 기회를 통해 살림력을 키우면서 자기 자신을 돌볼 수 있다”고 말했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출처_ 한겨례신문) 기사전문 보러가기
☝️김민영씨와 임숙희 돌봄 활동가가 서립장에서 꺼낸 잡동사니들을 정리하고 있다. 허윤희 기자
“집처럼 문패를 다는 거예요. 이걸 보고 필요한 물건 찾으면 돼요.”
지난 20일 경기 고양시 덕양구의 한 다가구주택에서 만난 돌봄 활동가 임숙희(52)씨는 집주인 김민영(가명·39)씨를 보며 이렇게 말했다. 임씨는 수납바구니에 이름표를 붙이던 중이었다. 임씨와 김씨는 함께 서랍장을 비우고 바닥에 흐트러진 물건은 종류별로 수납바구니에 옮겨 담았다. 김씨는 “작년부터 몸도 마음도 아팠다. 교통사고와 직장 스트레스가 심했기 때문”이라며 “어느 날 눈 떠보니 집 안에 옷가지와 잡동사니가 한가득이었다”고 말했다.
김씨가 돌봄 활동가 임씨와 함께 청소를 한 건 울림두레돌봄사회적협동조합(울림두레돌봄)의 ‘1인 가구 청년 살림력 키우기 프로젝트’의 일환이다. 지난해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공모 사업 ‘새로운 사회문제와 복지 사각지대 해결 방안’ 부문에 선정된 프로젝트다. 1인 가구 청년을 대상으로 청소·수납정리 요령을 교육하거나 돌봄 활동가가 청년 집을 찾아 함께 청소를 한다. 지금껏 두차례 모집에 모두 청년 34명이 프로젝트를 이용했다.
이 프로젝트는 청소를 매개로 한 청년의 사회적 고립 예방 활동에 가깝다. 40∼50대 돌봄 활동가가 여러 이유로 고립된 생활을 하거나 고립될 위기에 있는 청년과 청소를 하며 삶의 불안을 덜어준다는 것이다. 임 활동가는 청년들의 정돈되지 않은 집은 그들의 아픈 마음을 보여주는 거울 같다고 말한다.
“청년들이 물건을 버리지 못하고 쌓아두는 건 정리정돈이나 청소 방법을 몰라서가 아니죠. 사회적 단절, 심리적 불안, 유년기 트라우마, 번아웃 등 여러 요인 때문입니다.” 김씨도 그동안 돌봄 활동가와의 청소 과정에서 무기력하고 불안한 마음이 점차 진정됐다고 말한다.
이 프로젝트는 고립 청년의 사회적 연결망을 새로 만들기도 한다. 이들은 이를 ‘살림 공동체’라고 부른다. “프로젝트 참가자(이용자)와 활동가분들이 함께하는 카카오톡방이 있어요. 거기에 청소 사진과 영상을 올리며 청소 챌린지를 하죠. 서로에게 응원을 하면서 삶의 활기를 얻어요.”
☝️김민영씨 주방을 정리하기 전(왼쪽)과 후의 모습. 울림두레돌봄사회적협동조합 제공
그렇다고 이 프로젝트가 사회적 고립 위기에 놓인 청년만 겨냥하는 건 아니다. 말 그대로 ‘살림력’이 약한 청년도 이 프로젝트를 이용한다. 30대 청년 박지윤(36)씨가 그런 경우에 속한다. 박씨는 “20대 초반에 엄마가 돌아가셔서 살림을 물어볼 사람이 없었는데 돌봄 활동가한테 양말 개는 법부터 옷 수납하는 방법까지 배울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주엔 제육볶음이랑 된장찌개를 만들었는데 나를 위해 차린 밥상을 보니 기쁘고 뿌듯했어요. 그 순간 만약 갑자기 힘든 상황이 닥치더라도 스스로 일어날 수 있는 힘을 얻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고은주 울림두레돌봄 팀장은 “지역에서 몸이 아픈 노인들의 일상생활 돌봄서비스를 해왔는데 최근에는 우울과 무기력증이 심해 자신을 돌보지 못하는 1인 가구 청년들을 많이 보게 됐다”며 “혼자 모든 것을 감당해야 하는 1인 가구 청년들에게 ‘쉬는 공간’, ‘재충전하는 공간’인 집을 청소하고 정리정돈하며 살림을 배울 기회가 필요하다. 이런 기회를 통해 살림력을 키우면서 자기 자신을 돌볼 수 있다”고 말했다.
허윤희 기자 yhher@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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