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야, 형이 하나 묻자. 식구가 머여? 식구가 먼 뜻이여? 식구란 건 말이여. 같이 밥 먹는 입구녁이여. 입구녁 하나 둘 서이 너이 다써 여써 나까지 일곱. 이것이 다 한 입구녁이여. 알겄냐? 그면 저 혼자 따로 밥 먹겠다는 놈은 머여. 그건 식구가 아니고 호로XX여. 그냐 안 그냐?"
2006년 유하 감독이 찍은 영화 〈비열한 거리>의 주인공 조인성(병두 역)은 여관 합숙소에서 같이 먹고 자는 조폭 동생들을 '식구(食口)'라 한다. 좀 거칠게 느껴지지만 같이 밥을 먹는 사람, 일상과 생각을 공유하고 걱정과 고민을 함께하는 사람이 가족(家族)이다.
'식구'란 단순히 한솥밥을 먹는 사람이 아니라 생존을 함께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 공간에서 무언가를 만들어 먹는 과정은, 그 집안만의 역사와 문화를 학습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가족식사는 대화하는 장으로, 가족들과 일과를 나누고 서로의 감정을 공감하고 소통하는 시간이다. 옛날에는 밥상머리 교육이라 하여, 가족이 모여 함께 식사하면서 대화를 통해 가족사랑과 인성을 키우는 시간을 중요시했다.
행정안전부가 발간한 '2023 행정안전통계연보'(2022년 12월 31일 기준)에 따르면 전체 가구 2370만 5814가구 중 1인 가구는 972만 4256가구로 1000만 가구에 육박한다. 1인 가구 비중은 41.0%로 1년 만에 0.7% 포인트 높아졌다. 1인 가구를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70대 이상이 19.1%(185만 5150가구)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60대 18.1%(175만 8095가구) 순으로 나타났다. 이를 합치면 60대 이상은 37.2%로 전체의 3분의 1이 넘는다. 50대는 161만 6451가구로 50대 이상 1인 가구를 합치면 약 523만 가구로 반 이상이다. 1인 가구는 전 연령대에서 고루 증가하는 추세다. 전년 대비 증가율은 20대 2.7%, 30대 3.8%, 60대 4.3%, 70대 이상 5.4%로 나타났다. 1인 가구가 다른 모든 가구 형태를 압도하는 상황이다.
1인 가구의 증가, 가족 가치의 약화 등 '나 혼자 산다'는 것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요즘이다. '또 하나의 가족.' 예전 한 기업광고에 등장해 유명해진 문구다. 1997년 봄 첫선을 보인 이 전략적 광고는 집행 4개월 만에 기업 이미지 호감도 1위라는 성과를 냈다. 외환위기라는 시대적 배경과 어우러져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했기에 가능할 수 있었다. '정상' 가족과는 다른 형태이지만, 어찌 보면 이 시대 현실에 맞는 새로운 형태의 가족이 탄생하고 있다. 법적인 가족 개념(혼인, 혈연관계 등)이 아니더라도 함께 거주하고 생계를 공유하는 관계이면 '사회적 가족'이 될 수 있다. 가족의 범위는 얼마든지 확장 가능한 것일 수 있다.
![▲ 마포형 케어안심주택 '서봄하우스' 전경 및 내부. ⓒ한국토지주택공사(LH)](https://cdn.imweb.me/upload/S20221121af24294d82125/5eb80315c5e2f.png)
▲ 마포형 케어안심주택 '서봄하우스' 전경 및 내부. ⓒ한국토지주택공사(LH)
한 지붕 아래 살면서 서로와 서로를 챙겨주며 함께 밥을 먹는 사람들이 식구이자 가족이다. 1990년대 방영되었던 드라마 중에 '한 지붕 세 가족'이라는 작품이 있다. 이웃들이 서로 갈등하고 화해하면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이다.
마포구에 있는 '서봄하우스'는 2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돌봄이 필요한 주민들이 한 지붕 아래 신뢰와 애정을 기반으로 공간과 마음을 공유하며 함께 살아가고 있다.
'서봄'은 '서로 돌봄'의 줄임말이다. 서봄하우스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마포구가 함께 추진한 거주자 맞춤형 케어안심주택으로 안정된 주거를 기반으로 돌봄이 필요한 입주민에게 의료·복지·돌봄서비스를 통합 제공하는 특화주택이다. 사회복지사가 사무실에 상주하며 입주민 상담, 방문진료서비스, 지역사회 연계 프로그램 등 지역 내 다양한 돌봄자원을 연계해 입주민을 대상으로 한 통합돌봄서비스를 제공한다.
▲ 2층 공유거실. ⓒ울림두레돌봄사회적협동조합
서봄하우스는 지하 1층, 지상 10층 규모로, 총 23가구(2가구는 임시거소)의 입주시설 외에도 입주민과 인근 주민을 대상으로 돌봄강좌를 운영하는 근린생활시설 등 사회적 접촉공간을 확보해 입주자들이 공동체를 형성토록 조성했다. 2층은 공유거실, 3층은 사무실과 임시거소 공간, 4층과 5층은 장애인용 무장애 시설을 완비했으며, 6층부터 10층은 비장애인용 주거지이다. 4층부터 10층까지 각 층별로 3가구가 거주하고 있다.
입지도 눈길을 끈다. 인근에 전통시장이 자리 잡고 있으며, 지하철 2호선 아현역과 5호선 애오개역에서 5분 이내 거리에 위치해 교통이 편리하다. 고령자와 거동이 불편한 입주민도 편히 거주할 수 있도록 무장애(BF, Barrier Free) 설계를 적용했으며, 전 가구에 냉장고, 세탁기, 전자레인지 등 빌트인 주방이 갖춰 있어 거주 만족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입주민은 마포구에서 무주택, 소득·자산, 건강상태 등을 고려해 선정했으며, 위탁운영 주체는 울림두레돌봄사회적협동조합이다.
이곳에서는 입주자들의 자발적 참여가 출발점이다. 입주자들은 실명이 아닌 닉네임을 애칭으로 부르고 각종 소모임에 참여해 시간과 경험을 공유한다. 또 공용 공간의 청소, (음식물)쓰레기, 주차, 텃밭가꾸기 등은 운영모임 통해 당번을 정해서 관리한다.
ⓒ울림두레돌봄사회적협동조합
ⓒ울림두레돌봄사회적협동조합
서봄하우스는 지난 3월부터 월 2회 입주민들이 모여 저녁을 함께하고 있다. '코스모스'(입주자 애칭, 요리 담당) 주도로 시작된 모임에는 몇몇 입주자가 함께 참여해 준비와 뒷정리를 돕는다. 식사에 필요한 수저와 큰접시, 국그릇은 입주민 각자가 준비한다.
고은주 울림두레돌봄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서봄하우스는 ▲안심, 신뢰, 안전한 집 ▲건강한 집, 돌봐지는 집 ▲친구가 있고 친구가 되는 집을 지향한다"라며 "서봄하우스를 통해 입주민 서로 관심을 갖고 함께 참여하는 공동체 커뮤니티를 이뤄냈다는 점이 무엇보다 큰 성과"라고 말했다.
입주민이 서로 소통하며 친밀한 관계를 쌓는 일은 큰 즐거움이다. 행복이란, 어쩌면 사회적 가족이 오붓하게 같이 밥 한 끼 하는 것일 수도 있다. 혈연으로 연결되었다고 가족이 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한 시간이 쌓여 가족이 되는 것은 아닐까.
기사본문(출처: 라이프인/이진백 기자)
"아야, 형이 하나 묻자. 식구가 머여? 식구가 먼 뜻이여? 식구란 건 말이여. 같이 밥 먹는 입구녁이여. 입구녁 하나 둘 서이 너이 다써 여써 나까지 일곱. 이것이 다 한 입구녁이여. 알겄냐? 그면 저 혼자 따로 밥 먹겠다는 놈은 머여. 그건 식구가 아니고 호로XX여. 그냐 안 그냐?"
2006년 유하 감독이 찍은 영화 〈비열한 거리>의 주인공 조인성(병두 역)은 여관 합숙소에서 같이 먹고 자는 조폭 동생들을 '식구(食口)'라 한다. 좀 거칠게 느껴지지만 같이 밥을 먹는 사람, 일상과 생각을 공유하고 걱정과 고민을 함께하는 사람이 가족(家族)이다.
'식구'란 단순히 한솥밥을 먹는 사람이 아니라 생존을 함께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한 공간에서 무언가를 만들어 먹는 과정은, 그 집안만의 역사와 문화를 학습하는 과정이기도 하다. 가족식사는 대화하는 장으로, 가족들과 일과를 나누고 서로의 감정을 공감하고 소통하는 시간이다. 옛날에는 밥상머리 교육이라 하여, 가족이 모여 함께 식사하면서 대화를 통해 가족사랑과 인성을 키우는 시간을 중요시했다.
행정안전부가 발간한 '2023 행정안전통계연보'(2022년 12월 31일 기준)에 따르면 전체 가구 2370만 5814가구 중 1인 가구는 972만 4256가구로 1000만 가구에 육박한다. 1인 가구 비중은 41.0%로 1년 만에 0.7% 포인트 높아졌다. 1인 가구를 연령대별로 살펴보면 70대 이상이 19.1%(185만 5150가구)로 가장 많았으며 이어 60대 18.1%(175만 8095가구) 순으로 나타났다. 이를 합치면 60대 이상은 37.2%로 전체의 3분의 1이 넘는다. 50대는 161만 6451가구로 50대 이상 1인 가구를 합치면 약 523만 가구로 반 이상이다. 1인 가구는 전 연령대에서 고루 증가하는 추세다. 전년 대비 증가율은 20대 2.7%, 30대 3.8%, 60대 4.3%, 70대 이상 5.4%로 나타났다. 1인 가구가 다른 모든 가구 형태를 압도하는 상황이다.
1인 가구의 증가, 가족 가치의 약화 등 '나 혼자 산다'는 것이 더 이상 낯설지 않은 요즘이다. '또 하나의 가족.' 예전 한 기업광고에 등장해 유명해진 문구다. 1997년 봄 첫선을 보인 이 전략적 광고는 집행 4개월 만에 기업 이미지 호감도 1위라는 성과를 냈다. 외환위기라는 시대적 배경과 어우러져 소비자의 감성을 자극했기에 가능할 수 있었다. '정상' 가족과는 다른 형태이지만, 어찌 보면 이 시대 현실에 맞는 새로운 형태의 가족이 탄생하고 있다. 법적인 가족 개념(혼인, 혈연관계 등)이 아니더라도 함께 거주하고 생계를 공유하는 관계이면 '사회적 가족'이 될 수 있다. 가족의 범위는 얼마든지 확장 가능한 것일 수 있다.
▲ 마포형 케어안심주택 '서봄하우스' 전경 및 내부. ⓒ한국토지주택공사(LH)한 지붕 아래 살면서 서로와 서로를 챙겨주며 함께 밥을 먹는 사람들이 식구이자 가족이다. 1990년대 방영되었던 드라마 중에 '한 지붕 세 가족'이라는 작품이 있다. 이웃들이 서로 갈등하고 화해하면서 평범하게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이다.
마포구에 있는 '서봄하우스'는 20대부터 80대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돌봄이 필요한 주민들이 한 지붕 아래 신뢰와 애정을 기반으로 공간과 마음을 공유하며 함께 살아가고 있다.
'서봄'은 '서로 돌봄'의 줄임말이다. 서봄하우스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마포구가 함께 추진한 거주자 맞춤형 케어안심주택으로 안정된 주거를 기반으로 돌봄이 필요한 입주민에게 의료·복지·돌봄서비스를 통합 제공하는 특화주택이다. 사회복지사가 사무실에 상주하며 입주민 상담, 방문진료서비스, 지역사회 연계 프로그램 등 지역 내 다양한 돌봄자원을 연계해 입주민을 대상으로 한 통합돌봄서비스를 제공한다.
서봄하우스는 지하 1층, 지상 10층 규모로, 총 23가구(2가구는 임시거소)의 입주시설 외에도 입주민과 인근 주민을 대상으로 돌봄강좌를 운영하는 근린생활시설 등 사회적 접촉공간을 확보해 입주자들이 공동체를 형성토록 조성했다. 2층은 공유거실, 3층은 사무실과 임시거소 공간, 4층과 5층은 장애인용 무장애 시설을 완비했으며, 6층부터 10층은 비장애인용 주거지이다. 4층부터 10층까지 각 층별로 3가구가 거주하고 있다.
입지도 눈길을 끈다. 인근에 전통시장이 자리 잡고 있으며, 지하철 2호선 아현역과 5호선 애오개역에서 5분 이내 거리에 위치해 교통이 편리하다. 고령자와 거동이 불편한 입주민도 편히 거주할 수 있도록 무장애(BF, Barrier Free) 설계를 적용했으며, 전 가구에 냉장고, 세탁기, 전자레인지 등 빌트인 주방이 갖춰 있어 거주 만족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입주민은 마포구에서 무주택, 소득·자산, 건강상태 등을 고려해 선정했으며, 위탁운영 주체는 울림두레돌봄사회적협동조합이다.
이곳에서는 입주자들의 자발적 참여가 출발점이다. 입주자들은 실명이 아닌 닉네임을 애칭으로 부르고 각종 소모임에 참여해 시간과 경험을 공유한다. 또 공용 공간의 청소, (음식물)쓰레기, 주차, 텃밭가꾸기 등은 운영모임 통해 당번을 정해서 관리한다.
서봄하우스는 지난 3월부터 월 2회 입주민들이 모여 저녁을 함께하고 있다. '코스모스'(입주자 애칭, 요리 담당) 주도로 시작된 모임에는 몇몇 입주자가 함께 참여해 준비와 뒷정리를 돕는다. 식사에 필요한 수저와 큰접시, 국그릇은 입주민 각자가 준비한다.
고은주 울림두레돌봄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은 "서봄하우스는 ▲안심, 신뢰, 안전한 집 ▲건강한 집, 돌봐지는 집 ▲친구가 있고 친구가 되는 집을 지향한다"라며 "서봄하우스를 통해 입주민 서로 관심을 갖고 함께 참여하는 공동체 커뮤니티를 이뤄냈다는 점이 무엇보다 큰 성과"라고 말했다.
입주민이 서로 소통하며 친밀한 관계를 쌓는 일은 큰 즐거움이다. 행복이란, 어쩌면 사회적 가족이 오붓하게 같이 밥 한 끼 하는 것일 수도 있다. 혈연으로 연결되었다고 가족이 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한 시간이 쌓여 가족이 되는 것은 아닐까.
기사본문(출처: 라이프인/이진백 기자)